로그 제작기 3 — 연옥으로의 초대: 세계관 일러스트로 먼저 보는 로그의 세계
로그 제작기 시리즈
게임 속 화면은 아직 프로토타입의 픽셀 그림이다. 하지만 이 세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그림으로 먼저 보여줄 수 있다. 2편에서 정리한 세계관 문서를 챗지피티에 넘겨 받은 설정화들을 소개한다. 게임이 언젠가 닿고 싶은 풍경이다.
이 그림들은 방향을 보여주는 설정화다. 게임 화면이 지금 이 수준이라는 뜻은 아니다. 그리고 AI가 그린 그림이라 설정과 어긋난 곳이 있는데, 그 이야기는 글 끝과 4편에 정리했다.
연옥의 전경
검은 해가 금빛 코로나를 두른 채 하늘 한가운데 멈춰 있다. 그 아래로 폭포가 흘러내리는 떠 있는 섬들, 봉우리 위에 세운 궁궐, 기와지붕을 인 고층 빌딩이 한 스카이라인에 겹쳐 있다. 하늘에는 사신도의 청룡과 백호가 청록빛 별자리로 떠 있다. 왼쪽 벼랑 끝의 장승과 붉은 깃발, 그 앞에 선 작은 두 사람. 로그와 달토끼다.
이 한 장이 세계관 문서의 첫 줄, “해가 검게 멈춘 곳에 삼국 시대와 현대가 함께 가라앉았다”를 가장 잘 보여준다.
현대와 삼국이 섞인 도시
고구려의 계단식 돌무덤 장군총 옆에 청록 불빛의 고층 빌딩이 서 있고, 부서진 빌딩 조각이 공중에 떠 있다. 시간이 멈춘 곳에 모든 시대가 흘러들어왔다는 설정이 그대로 그림이 됐다.
떠 있는 섬, 가까운 풍경
장승, 솟대, 청사초롱을 단 현대식 가로등, 기울어진 신호등
장승과 솟대는 원래 마을의 경계를 지키는 존재다.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연옥에 가장 어울리는 풍경이라고 생각했다. 그 옆에 청사초롱을 매단 현대식 가로등과 기울어진 신호등이 함께 서 있다.
대기, 바닥, 삼도천
성벽 돌 사이로 맥박치는 청록 회로(영맥), 발판 옆면의 단청 띠
바닥의 청록 회로는 게임 속 “오류”의 시각적 표현이다. 이 세계 자체가 고장 난 시스템이라는 암시이고, 오류를 추적하는 탐정이라는 주인공 설정과 이어진다.
연옥의 밤
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고, 검은 해의 코로나가 휘감긴다
장승 체크포인트
게임 속 체크포인트인 장승이다. “장승이 길을 기억했다”는 문구와 함께 눈에 불이 켜진다. 게임 규칙 하나에도 세계관의 이유를 붙이려 한 흔적이다.
주변 소품과 건축
청사초롱, 기와지붕, 전선, 신호등. 일상적인 것들이 연옥의 풍경에 섞여 있다
홍살문, 장승, 솟대, 청사초롱, 기와지붕, 현대식 가로등
열두 시진의 문
각 시진의 십이지신이 지키는 문. 문이 열려야 시간이 흐른다
자시(쥐)부터 해시(돼지)까지, 열두 개의 문 너머에는 오류에 물든 십이지신이 기다리고 있다.
색감
고구려 고분벽화의 먹색·주홍·황토·청록·금색에 연옥의 남보라를 더했다
주인공들
로그. “숨겨진 것을 비추고, 잊힌 것을 기록하는 자”
달토끼. 달에서 온 여인. 한때 로그의 연인이었고, 지금은 기억을 잃은 채 연옥에 갇혀 있다
이야기의 장면들
오염된 십이지신들 사이로, 절구공이를 든 로그와 세뇌된 달토끼
“우리는 서로를 죽여야 하는 운명이었다.” “널 죽이는 게 아니라… 다시, 너를 되찾는 거야.”
엔딩
검던 해에 빛이 돌아오고, 끊어진 청록 사슬 위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안는다. 그 뒤로 환웅이 기다리는 하늘의 궁까지 빛의 계단이 이어진다
지금 게임의 엔딩에 실제로 들어간 그림이다. 픽셀 컷신으로 이야기를 다 따라온 뒤, 마지막 한 장면만 이 일러스트로 바뀐다.
그런데, AI는 자주 틀렸다
이 설정화들은 인상적이지만 그대로 쓸 수는 없었다. 대표적인 두 가지가 있다.
한국 전통 문화를 일본 전통 문화와 혼동한다. “붉은 홍살문 너머”라고 설명을 붙여 놓고, 정작 그림은 위쪽 가로대가 휘어진 일본 도리이를 그렸다. 문 양옆의 석상도 한국의 해태라기보다 일본 신사의 고마이누에 가깝다.
한글을 자주 틀린다. 그림 속 글자에 오타가 반복해서 나왔다.
“해시(돼지)”가 “혜시(돼지)”로, “유시(닭)”도 뭉개졌다
“겨눌 수 없어”가 “겨을 수 없어”로. 위 연옥 입구 설명의 “얼두 시진”도 “열두”의 오타다
한국 세계관이 이 게임의 가장 큰 차별점인데, 그 핵심을 AI가 가장 자주 틀린다는 건 아이러니다. 왜 이런 일이 생기고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룬다.
게임은 아직 이 그림들에 한참 못 미친다. 하지만 이 풍경 속을 로그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, 이 프로토타입을 계속 키워갈 이유는 충분하다.










